액자 속 액자 / 한정원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00회 작성일 18-07-17 09:07본문
액자 속 액자
한정원
낙타의 오만한 걸음을 보세요
꺼떡꺼떡, 사막을 건너며 그는 더욱 오만해졌어요
저도 낙타의 뒤를 따라 낙타를 탄 듯 걸어갔지요
병든 남자를 지나치며
목말라 잠들어있는 우무무치의 아이를 바라보다가
저의 동정은 낙타의 발바닥처럼 침묵하기 시작했어요
낙타는 젖은 눈으로 누워있는 남자와 목마른 아이를
비껴서 지나갔어요
소리 내어 우는 것은 슬픈 게 아니에요
젖어있는 눈 속 풍경이 다 들여다보이는
액정화면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세요
낙타는 꺼떡꺼떡 오만하게 걷고 있지만
언제나 젖은 눈으로 쓰러져있는 사람
쓰러져있는 풀잎들 낮은 고요에 대해 얘기하지요
마지막 스트로가 등에 얹힐 때까지 참고 있지요
낙타의 액자 속에는 그 눈동자 속에
또 다른 그림이 들어있어요
-《힐링문화》(2018년 여름호) 재수록
1955년 서울 출생
수도여자사범대학교와 세종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졸업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그의 눈빛이 궁금하다』 『낮잠 속의 롤러코스터』
『마마 아프리카』 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