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예보 / 김백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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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81회 작성일 18-07-19 10:15본문
기상예보
김백겸
하늘 흐리고 안개 긴 숲에 우울이 내려와 있음
구름에 갇힌 빛살들
허공에 날개 자국을 긋고 가는 멧새
모두 표정을 남기고 있지 아니함
길 잃은 고아처럼 서서 플라타너스는 적막을 날리고
풀씨로 흩어진 슬픔은 北北東에서 北北西로 방향을 바꿈
폐부로 흘러드는 저기압의 음모
백마일 밖 한랭전선은 풀잎들의 잠 뿌리뽑을
폭풍을 몰고 오는 중임
지금은 모든 사랑이 위험함
외투를 걸친 우리의 꿈
방독면을 쓴 채 큰길로만 다님
골목마다 비수를 품고 매복한 어둠
시간들의 휘파람이 대꼬챙이로 눈 찔러 오는 저녁
지금은 모든 생각이 위험함
문 닫고 굳게 빗장을 지른 거리의 불빛들
창 틈을 엿보는 소문과 함께
얼굴 까맣게 죽는 지금은
모든 그리움이 위험함
찬비가 내림
우산을 들고 사람들은 사람을 비껴감
낯선 총을 맨 겨울의 척후병이 요소요소 서 있고
바이칼 호수를 지나 시베리아 삼림을 막 빠져나온
러시아의 절망도 보임
공중엔 바람의 채찍 가득해
두려움에 야윈 나목裸木들의 어깨 더욱 가늘고
겨울잠에 젖어 봄날을 꿈꾸는 개나리 새 눈만이
소롯이 숨결에 싸여
한 개피 성냥으로 남겨논 최후의 불꽃임
-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1953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 졸업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비를 주제로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산 하나』 『북소리』 『비밀 방』
『비밀정원』
대전시인협회상, 충남시인협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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