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 / 김학중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천적 / 김학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35회 작성일 18-08-20 11:43

본문

천적

 

    김학중

 

 

폐차장에 들어선 차들은

죽음에 이르러서 자신의 천적을 알게 된다고 해요

차를 부숴본 사람들만이 아는 비밀을

살짝 알려드릴게요, 앞 유리를 부수고

보닛을 찌그러뜨릴 때쯤이면

태어나 그처럼 맞아본 적 없는 차들은

백미러를 보며 길을 그리워한대요

길이 키우던 그 시절

세상 그 어디에라도 달려갈 수 있을 것 같던 그때를

회상에 빠진 헤드라이트가 그렁거리는 순간

차의 숨통을 끊어주는 게 폐차장에서 하는 일이래요

그러면 찌그러진 차체에 천적의 무늬가 떠오른대요

길의 무늬가 소름 돋듯이 뜬대요

계기판의 주행거리가 단지

오랫동안 길에게 쫓겼다는 증거였던 거죠

질주를 충동질하는 길이

후미등을 흉내낸

빨간 신호등으로 자신을 길들여왔던 거죠

먹지도 못하는 깡통을 만들어내는 천적 따위는

천적 축에 못 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폐차를 해본 사람은 잊지 않는대요

언제나 길은 제 위를 달릴 새 차가 필요하단 걸 말이에요

은밀한 포식을 즐기고 있는 아스팔트 도로

그 헛바닥 위로 당신도 막 걸음을 옮기고 있군요.

 

- 김학중 시집 창세』(문학동네, 2017)에서

 

 

kimhakjoong-180.jpg

1977년 서울 출생

2009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창세

18회 박인환 문학상, 8회 김만중 문학상 수상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481건 4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3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1 0 08-27
13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9 0 08-27
13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9 0 08-24
13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2 0 08-24
13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2 0 08-23
13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6 1 08-23
13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8 0 08-22
13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6 0 08-22
13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9 0 08-21
13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 0 08-21
13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5 0 08-20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6 1 08-20
13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1 0 08-16
13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8 0 08-16
13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6 0 08-14
13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5 0 08-14
13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3 0 08-10
13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8 0 08-10
13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3 0 08-08
13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0 0 08-08
13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5 0 08-07
13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1 0 08-07
13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5 0 08-06
13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4 0 08-06
13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3 0 08-03
13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8 0 08-03
13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3 0 08-02
13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9 0 08-02
13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0 0 08-01
13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9 0 08-01
13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5 0 07-31
13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8 0 07-31
12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9 0 07-30
12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3 0 07-30
12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2 0 07-27
12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3 0 07-27
12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3 0 07-26
12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6 0 07-26
12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6 0 07-24
12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4 0 07-24
12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7 0 07-23
12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9 0 07-23
12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7 0 07-19
12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2 0 07-19
12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4 0 07-17
12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8 0 07-17
12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0 0 07-16
12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3 0 07-16
12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2 0 07-13
12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3 0 07-1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