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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 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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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34회 작성일 15-10-06 10:14

본문

소나기


 

김성규

 

 


할머니는 시집와서 아무도 모르는 산 너머에 나무를 심었다


그 나무는 자라 하늘까지 닿았고

돌아가신 할머니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짐승은 죄를 지어 일만 한다 하지만

소가 일하지 않는 날에도

비를 맞으며 밭고랑에서 김을 매던 할머니


사람이 죽으면 하늘로 간다 하니

하늘 어딘가에도 마당이 있을 것이다


그 마당에서 아홉 잔의 술과

아홉개의 떡을 먹으며 노래 부르면

호미는 말잔등으로 변해 달리고

타령조로 울다 웃고

목이 쉬면 까마귀를 달여 먹고

지상에서 추지 못한 춤을 출 것이다


산 너머에서부터 바람이 우는 소리

가죽나무가 팔을 허우적대며

흘러가는 공기를 입안에 우겨넣는다

고깃덩이가 제사상에서 냄새를 피우는 날


이르지 못한 간절함이 인간의 들판에 비를 부른다

 


ddd.jpg

 

1977년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4회 김구용 시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너는 잘못 날아왔다』『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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