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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하나 /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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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568회 작성일 18-09-18 10:02

본문

스물하나

 

    정한아

 

 

꽃은 꺾고 본다

처음 보는 나비는 잡고 본다

해 질 녘

시들어버린 꽃잎을 하나씩 떼어

골목에 무람없이 흩뿌리면서

나비 날개 가루를 축축해진 손가락에

잔뜩 묻히고 눈 비비면서

슬프다, 아이는

아름다움이

손아귀에 아름다운 채 남아나지 않는다는

징그러운 진실을 알게 된다

 

그런 아이와 마주치게 된다면

꽃과 나비와 네가 어떻게 다른지 증명하기 전에

너는 우선 당장 전속력으로 달아났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지, 따라서 너는

진실의 가장 비관적인 판본을 만나게 된다;

자세히 보면 다 징그럽다

 

너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

렌즈 세공의 기나긴 도정이 시작되었다

세간의 추측과 달리

망원경과 현미경이 모두 필요하다

, 만화경도 물론

 

 

정한아 시집울프 노트(문학과지성사, 2018)에서

 


 

junghana-140.jpg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졸업

2006현대시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어른스런 입맞춤울프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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