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큐버스 / 박지웅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서큐버스 / 박지웅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73회 작성일 15-10-07 08:47

본문

서큐버스

 

  박지웅

   

 

신도림역에서 애인의 침대로 갈아탈 수 있다

지하철에서 침대로 환승하는 이 구조에 놀랄 일은 없다

참 많이들 드나드는 곳이니 뭐 대수겠는가

누구든지 올라타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애인은 종이처럼 쉽게 불붙는 입술을 가졌다

아래쪽은 생각마저 들어서면 뜨거워지는 곳으로

예민하지만 보통은 죽은 쥐처럼 붙어 고요하다

바로 애인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곳을 문지르면 애인은 찍찍거린다

 

희한한 일도 아니다 가랑이에 대고 피리를 불면

애인의 애인들이 나온다, 찍찍거리며

인물은 애써 무덤덤한 말투로 넉살을 부린다

역시 이곳에는 쥐가 많군

사랑하는 서큐버스, 당신이 죽으면 지하철에 앉혀둘게

 

인물은 쥐 떼를 다른 꿈에 버릴 생각이다

물오른 육체에서 쏟아져나온 시끄러운 쥐들

더럽게 찍찍거리는 애인의 정부(情夫)들을 이끌고 나서는

이 새벽은 세상이 만든 조잡한 불량품이다

 

문 앞에 버린 거울, 그 안에 처박아 함께 버린 하늘

땅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처럼 더러운 구름이 붙어 있다

구름 위에 벽들을 얹고 지근지근 밟는다

지하에 떠 있는 하늘은 무용지물이다

저 쥐새끼들에게도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어차피 볕 들 날은 오지 않을 테니

 

악몽에서 악몽으로 환승하는 지하도

꼬리에 꼬리를 문 긴 난동의 악보가 꿈길을 덮고 있다

여기에 이것들을 풀어놓은 자는 그대인가 나인가

 

아, 모든 밤의 여행지는 몽마(夢魔)의 침실로 통하고

신도림은 악몽의 환승역

수군대고 찍찍거리는 승객은 모두 아는 얼굴들

가깝거나 낯익은 얼굴이 악몽의 온상이니

보라, 악몽은 실체를 경유한다

그래야 더 실감나게 파고들 수 있을 테니

 

인물이 신도림에서 피리를 분다

얼굴들이 몰려온다

그림자들이 찍찍거리며 뒤에 따라붙는다

 

인물은 길어지고 늘어지고 본인에서 멀어진다

얼굴이 얼굴을 갈아타고 퍼져나간다

인물은 번식하고 애인은 번성한다




 

5394bfc56a58ebf22cea1f69a560e24d_1548895803_86.jpg

 

1969년 부산 출생
2004년  《시와 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2017년 '천상병 시(詩)문학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69건 10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7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8 1 02-16
27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0 1 02-18
27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3 1 02-18
27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1 1 02-18
27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 1 02-21
27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2 1 02-23
27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0 1 02-22
27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5 1 02-23
27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1 1 02-23
27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1 1 02-24
27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8 1 02-28
27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 1 02-28
27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8 1 02-28
27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2 1 03-04
27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5 1 03-04
27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5 1 03-07
27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0 1 03-08
27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9 1 03-08
27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7 1 03-08
27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6 1 03-10
26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9 1 03-10
26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6 1 03-13
26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 1 03-13
26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6 1 03-15
26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6 1 03-15
26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8 1 03-15
26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4 1 03-16
26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6 1 03-15
26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8 1 03-16
26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9 1 03-16
26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5 1 03-17
26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1 1 03-17
268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3 1 03-17
26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9 1 03-20
26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9 1 03-23
26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1 1 03-22
26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3 1 03-22
26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1 1 03-23
26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0 1 03-23
26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6 1 03-25
26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9 1 03-28
26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4 1 03-29
26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1 1 03-02
26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6 1 03-29
26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5 1 03-01
26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9 1 03-31
26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9 1 03-31
26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0 1 04-04
26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6 1 04-05
26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2 1 04-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