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사생활 5/ 이성렬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식물의 사생활 5/ 이성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17회 작성일 18-10-26 09:28

본문

식물의 사생활 5

   

    이성렬

 


  그 꽃이 어찌하여 땅 속에 피어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다만 지상에서 살 수 없어 흙에 묻힌

삶이, 대지의 어스름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였으리라 추정되었다

 

  보름달이 뜰 무렵 기진한 봉오리를 여는 꽃은 씨앗을 만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 또한 미루어 짐작할 뿐

 

  그 어느 풀벌레나 벌 나비도 사귀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오래오래 기다렸다, 꽃술에 와 닿는 진동을 가는

 잎맥으로 감지하여 지상의 소식을 듣곤 하였다

 

  오랜 후 눈 멀고 귀 먹은 아이가 들판을 헤맨 끝에 찾아온 겨울 저녁, 얼음조각들은 아이의 발자국을

찾아와 투명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발걸음을 알아챈 꽃이 결사적으로 흙벽을 할퀴며 하룻밤 동안 지샌 뒤, 아이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윽고 꽃은 한 점 온기가 되어 죽고, 아이는 그 곁에 창백한 꽃으로 피어나, 다시 지하에서 묵묵히

기다릴 뿐이었다

 

    * 땅 속에서 피는 꽃이 제주에서 발견됨

  

-이성렬 시집『밀회』(황금알, 2013)에서


 

 

leesunlyul-140.jpg


1955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및 KAIST 졸업,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박사학위

2002서정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여행지에서 얻은 몇 개의 단서』 『비밀요원』 『밀회

산문집 겹눈

1회 시와경계 문학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8건 41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17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3 1 04-20
117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2 0 02-25
117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2 0 04-13
117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2 1 02-21
117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1 1 04-24
117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1 0 02-25
117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1 1 10-29
117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0 0 05-03
117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8 0 06-15
116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8 0 07-01
116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7 0 06-29
116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7 0 09-07
116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7 0 08-03
116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6 0 12-18
116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6 0 10-08
116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5 0 11-16
116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4 0 12-17
116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4 0 07-14
116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3 0 09-23
115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3 0 05-16
115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3 0 06-04
115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3 0 07-17
115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3 0 07-17
115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3 0 09-09
115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1 1 10-10
115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1 1 01-23
115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0 0 04-24
115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0 1 10-25
115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0 1 02-24
114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9 0 07-01
114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9 0 10-21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8 0 10-26
11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8 0 04-12
11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7 0 05-31
11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7 0 09-18
11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6 0 05-30
11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6 1 12-08
11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5 1 02-21
11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5 1 05-14
11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3 0 11-07
113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3 0 03-09
11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3 0 07-14
11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 0 09-29
11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 0 11-04
11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 0 07-06
113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 0 07-20
11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9 1 10-15
11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8 0 04-12
11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8 0 08-05
11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8 1 04-2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