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는 항구다 / 박형권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전당포는 항구다 / 박형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2회 작성일 18-11-19 09:57

본문

전당포는 항구다

 

    박형권

 

 

방세 두어달 밀리고 공과금 고지서는 쌓여만 가는데

죽을 땐 죽더라도 삼겹살 몇 덩이 씹어보고 싶어서

전당포 간다

육질이 쫄깃했던 내 젊은 일회용 반창고처럼 접착력이 떨어져

오늘 하루 버티는 일에도 힘껏 목숨을 건다

언제나 돈 떨어지면 공연히 허기지는 것처럼

봄비 내리면 입이 궁금해

식구가 한 자리에 모여 김치! 김치! 벙싯벙싯 웃었던

수동식 디카를 맡기고 십만원을 받는다

고기도 고기지만 우선 급해서

잔치국수 곱빼기! 커다랗게 시켜놓고 디카를 먹는다

필름 없는 국물에

찰칵찰칵 떠오르는 식구들을 먹는다

처음 내린 서울역 국밥집에서 땀 흘리며 씹었던 나의 쓸개는 어디 갔나

홍릉수목원 생강나무 옆에서

나에게 쏟아지던 샛노란 양념, 온몸에 스며들 때까지

꾹꾹 절여놓은 나라는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먼 것 당겨주고 벅찬 것 밀어주던 디카, 허기 속에 밀어넣고

우적우적 깍두기를 씹으며

울렁거리는 서울을 새삼 사랑한다

멀미로 채워진 위장을 내려놓고 창밖을 내다보니 멀리

개나리 흐드러진 정육점이 아련한데 고기 생각 어디론가 사라지고

봄비 내린다는 이유 하나로

저기 저 내가 전당포 간다

그래, 불러야겠다 이쯤에서는

아직도 잔술을 파는 골목 안 밥집처럼

전당포는 항구라고



- 박형권 시집, 전당포는 항구다(창비, 2013)에서

 

 

 

phg.jpg

 

1961년 부산 출생
경남대학교 사학과 졸업
2006년 《현대시학》등단
시집 『우두커니』 장편동화 『돼지 오월이』『웃음공장』『도축사 수첩』

전당포는 항구다』 등

제17회 수주문학상, 제2회 애지문학회 작품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481건 2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4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6 0 11-23
14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6 0 11-23
14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 0 11-22
14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3 0 11-22
14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6 0 11-21
14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7 0 11-21
14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4 0 11-20
14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6 0 11-20
14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4 0 11-19
14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4 0 11-19
열람중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3 0 11-19
14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2 0 11-16
14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0 0 11-16
14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4 0 11-16
14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6 0 11-15
14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1 0 11-15
14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6 0 11-14
14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2 0 11-14
14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9 0 11-13
14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3 0 11-13
14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3 0 11-09
14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8 0 11-09
14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5 0 11-08
14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3 0 11-08
140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5 0 11-02
14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2 0 11-02
14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0 0 11-01
14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0 0 11-01
14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6 0 10-31
14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2 0 10-31
14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5 0 10-30
14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4 0 10-30
13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2 0 10-29
13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7 0 10-29
13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1 0 10-26
139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6 0 10-26
139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4 0 10-25
139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9 0 10-25
139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9 0 10-24
139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9 0 10-24
139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2 0 10-23
139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2 0 10-23
138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4 0 10-22
138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2 0 10-22
138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2 0 10-19
138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0 0 10-19
138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1 0 10-18
138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0 0 10-18
138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1 0 10-18
138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9 0 10-1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