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세계 / 김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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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7회 작성일 18-11-21 11:00본문
버려지는 세계
김희업
자신도 모르게 얼음이 물로부터 서서히 버려지고 있었다
어디든
기대어 사는 벌레들은
자신을 노출한, 누를 끼쳤다
또 한 차례 밤이 지나갔으며
살아가는 동안 밤이 모일 생각을 하니, 사나운 어둠도 모처럼 든든했다
꽃을 꺾고 나서 그 꽃이 온전히 피길 바라는 사람을 탓하랴
시든 꽃을 탓하랴
눈에서 멀어진 것들은 버려졌거나 버려지고 있는 중
먹다 버린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개미 떼가 핥는다
아직은 희망적인가, 아주 버려지지 않아서
떠도는 개처럼 누굴 기다리는 표정으로
아이가 뒤돌아보고 있다 자전거 바퀴의 둥근 순환 곁에서
밤으로부터 낮은 항상 떨어져 지낸다
밤하늘 별똥별이 자취를 감추게 되면
하늘은 단지 하늘만을 남겨 둔다 적막이란 친근한 여운을
지금은 밤이 버려진 지 오랜 아침이고
혼자의 시간을 뒹굴뒹굴 견디고 있을 푸른 눈의 인형을 위하여
인형의 집으로
귀가를 서두르는 소녀
생을 버린 사람을 찾겠다고
잃었다는 말은 멀어진다는 말
후회와 저주 그 어디쯤 버려져 있을 그
건국대 국어국문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칼 회고전』 『비의 목록』 등
제17회 천상병시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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