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세계 / 김희업 > 오늘의 시

버려지는 세계

   김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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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게 얼음이 물로부터 서서히 버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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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기대어 사는 벌레들은

자신을 노출한, 누를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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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차례 밤이 지나갔으며

살아가는 동안 밤이 모일 생각을 하니, 사나운 어둠도 모처럼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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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꺾고 나서 그 꽃이 온전히 피길 바라는 사람을 탓하랴

시든 꽃을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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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멀어진 것들은 버려졌거나 버려지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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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 버린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개미 떼가 핥는다

아직은 희망적인가, 아주 버려지지 않아서

떠도는 개처럼 누굴 기다리는 표정으로

아이가 뒤돌아보고 있다 자전거 바퀴의 둥근 순환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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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부터 낮은 항상 떨어져 지낸다

밤하늘 별똥별이 자취를 감추게 되면

하늘은 단지 하늘만을 남겨 둔다 적막이란 친근한 여운을

지금은 밤이 버려진 지 오랜 아침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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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의 시간을 뒹굴뒹굴 견디고 있을 푸른 눈의 인형을 위하여

인형의 집으로

귀가를 서두르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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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버린 사람을 찾겠다고

잃었다는 말은 멀어진다는 말

후회와 저주 그 어디쯤 버려져 있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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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국어국문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칼 회고전』 『비의 목록』 등

제17회 천상병시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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