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보증하라 / 정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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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4회 작성일 18-11-29 10:41본문
내 몸을 보증하라
정가일
내 몸을 보증해줄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역국 호호 불어 시어머니
입에 넣어주다 내 몸을 보증해줄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호박고구마
목구멍으로 넘기려다 덜컥 빠져버린 시어머니 틀니에 이제 내 척추를 보증해줄 누군가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박고구마 목구멍으로 넘기려다 덜컥 빠져버린
시어머니 틀니에 이제 내 척추를 보증해줄 누군가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얀 서리가 반짝반짝 빛나는 아침, 어머니의 머리를 가지런히 쓸어주다 또 그런 생각을
했다
누군가 와서 정말 내 몸을 보증해준다면, 기꺼이 내 몸 구석구석을 채취해가도
좋겠다는 노을빛 같은 생각,
간의 조직도, 혈관을 돌고 있는 물의 성분도, 그러다 그러다가 닳아서 왜소해진 관절의
조각까지 잘라가도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피반령 굽이가 고운 날이다
―계간 《시선》 2018년, 겨울호
충북 청원 출생
2002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 얼룩나비 술에 취하다』『배꼽 빠지는 놀이』『사랑이라 말하기에는』
『우리 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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