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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는 없다 / 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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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7회 작성일 18-11-30 09:54

본문

무화과(無花果)는 없다

 

   김해자

장대비 속 후줄근한 시위는 끝나고

누군가는 돌아오지 않고 피어나지 못한 채

시들어가는 부용산, 노래 같은 떨거지끼리

미라가 되어버린 생강이며 무화과

안주삼아 술을 마시다 문득

떠오른 남녘 땅 무화과 수


어릴 적 마당가 돌담에 단단히 서 있었지

크낙한 잎을 따면 하얀 수액 방울방울 흐르고

퍼렇다 못해 어두운 그늘 깊던,

산수유며 해당화 다 피고 지도록

벌 나비도 찾지 않아 늘 외로워 보이던,


꽃 없는 과실이 어디 있으리

조금 늦게 피는지 몰라 수술 그득 채우느라

꽃잎이며 꽃받침 밀어 올릴 틈이 없는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지도 몰라

꽉 찬 살이 터지며 꽃잎을 터트릴 때까지

과육의 껍질이 꽃을 숨기고 있었던 거라구

보아, 십자로 벌어진 과육이 터트린 네 잎의 꽃

열린 꽃잎 사이로 반짝이는 수백의 꽃술을

그러니까 기다림이 꽃잎을 틔우는 거야

천천히 보아, 진한 자홍색의 향기를

裡花果의 속살을

 

 

김해자 시집 無花果는 없다(실천문학사. 200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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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전라남도 신안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8내일을 여는 작가등단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 『집에 가자해자네 점집

민중 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

산문집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1998년 전태일문학상 제10회 백석문학상 수상

13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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