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빠진 모서리에 별이 떴다 /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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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52회 작성일 18-12-17 10:05본문
이 빠진 모서리에 별이 떴다
김진수
접시에 이가 빠졌다. 아무리 아니라하여도 이것은 이미 깨진 그릇이다.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 없는 바닥을 뒤집어 보고서야 바닥이 있는 줄 안 것처럼 시작은 알겠는데 끝은 모르는, 끝도 모르고 시작도 모르는, 그저 빙글 빙글 돌 뿐인, 분명 모서리가 있는데 어디가 모서리인지 알 수가 없다. 빠진 이, 잃어버린 모서리를 찾는다. 여기다 하지 않으며 알 수가 없는 이 빠진 접시에 담긴 생선은 죽은 생선인가? 빠진 이 사이로 말이 새고 물이 흐른다. 달빛이 새어 들어와 거짓말을 슬어 놓고 바람이 합장하는 흠 아닌 흠. 많은 접시 사이에 숨어버린 빠진 이 하나 찾으려 천 개의 모서리를 깨뜨려야 하나요? 같이 밤을 새웠잖아, 몸은 천개라 해도 생각은 하나잖아. 천날을 샌 것처럼 하얗게 물들었을 입맞춤은 입술로 하는 게 아니고 마음으로 하는 거라 해도 모름지기 늘 변경이었던 모서리는 입술을 깨물었을 거야.
생선은 죽었어. 벌써 죽었어. 살았다 해도 아무도 안 믿어. 그러니 이미 깨진 그릇이야. 그냥 그렇게 믿어. 되 물리는 당신은 이 빠진 저 접시마냥 둥글기는 한가요? 혹여 금 가지는 않으셨나요?
이건 엄청난 착각이야. 눈 크게 뜨고 들여다 봐. 이 빠진 잇몸에 비색을 얻기 위한 불속에서 다짐했던 신념이 남아 있는지. 하얗게 바랬다면 이미 너는 없는 거야. 빛바랜 신념이 변명을 줄줄이 달고 다녀도 너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 온전한 것만 접시고 이 빠진 것은 접시가 아니라는 이분법은 신봉할 필요 없지만 스스로 부끄럽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한 번 깨진 놈은 끝까지 깨진 거야. 인플랜트는 인플랜트지 우겨도 이는 아니잖아. 그러니 댓글과 답글에 답글을 달지 마. 구구한 것은 오히려 역겹고 구려. 잇몸이 붉어 보일 때가 사랑할 때야.
허공은 온통 둥근 모서리, 이 빠진 자리마다 별이 총총하다
강원도 주문진 출생
2016년 《시와세계》 등단
시집으로 『설핏』(정문출판사, 2018)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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