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이야기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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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37회 작성일 18-12-18 08:54본문
다 아는 이야기
박노해
바닷가 마을 백사장을 산책하던
젊은 사업가들이 두런거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인데
사람들이 너무 게을러 탈이죠
고깃배 옆에 느긋하게 누워서 담배를 물고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는 어부들에게
한심하다는 듯 사업가 한 명이 물었다
왜 고기를 안 잡는 거요?
"오늘 잡을 만큼은 다 잡았소"
날씨도 좋은데 왜 더 열심히 잡지 않나요?
"열심히 더 잡아서 뭘 하게요?"
돈을 벌어야지요, 그래야 모터 달린 배를 사서
더 먼 바다로 나가 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잖소
그러면 당신은 돈을 모아 큰 배를 두 척, 세 척, 열 척,
선단을 거느리는 부자가 될 수 있을 거요
"그런 다음엔 뭘 하죠?"
우리처럼 비행기를 타고 이렇게 멋진 곳을 찾아
인생을 즐기는 거지요
"지금 우리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 박노해 시집『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느린걸음, 2010)
1957년 전라남도 함평 출생
1983년 《시와경제》 등단
시집 『노동의 새벽』 『겨울이 꽃핀다』 『참된 시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사진 에세이 『라 광야 - 빛으로 쓴 시』 『나 거기에 그들처럼』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다른 길』
산문집 『오늘은 다르게』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등
1988년 제1회 노동문학상
1992년 시인클럽 포에트리 인터내셔널 로테르담재단 인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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