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 안행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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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안행덕
멈출 수 없는 세월에 뒤질세라
쉬지 않고 흐르는 물도
가끔은 머뭇거린다.
물 위에 문신처럼 새겨진 돌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순해지는데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징검돌의
부르튼 발 때문이다
누군가의 마른 발이 젖지 않고
징검징검 밟고 가라고
제 몸 통째로 제물로 바치고 침묵하며
흐르는 시냇물에 맨발을 숨긴 돌
물 위의 표정은 태연한척하지만
물살에 헌(傷處) 발은 상처투성이다
통증으로 절룩거리면서도
제 소임을 다하려고
나란히 서 있는 친구 손을 붙들고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으려 부르르 떤다
―안행덕 시집 『바람의 그림자』(세종출판사, 2016)에서

2005년 《시와 창작》으로 등단
시집으로 『꿈꾸는 의자』『숲과 바람과 詩』『삐비꽃 연가』
『비 내리는 강』『바람의 그림자』『빈 잔의 자유』 등
2008년 푸쉬킨 문학상. 2009년 후백 황금찬 문학상 수상
2014년, 2016년 부산 문화재단 창작 지원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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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klm님의 댓글

무심하게 건너던 징검다리에서
누군가를 위해 참고 견디는
아픈 발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