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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난청이다 / 이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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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0회 작성일 19-01-08 09:36

본문

이곳은 난청이다

 

    이해존


 

   제기동 134-6번지는 난청 지역이다 내 키만 한 곳에 창을 단 골목을 지나 주인집 대문을 열면, 또 다른 골목으로 창을 낸 내 방으로 통한다 사방 처마가 전깃줄을 끌어내려 밑동을 땅에 묻지 않아도 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전봇대, 그 어지러운 전깃줄의 수혈이 아니고는 이곳은 난청이다.

 

   큰 소리로 오는 추위가 아니면 꿈쩍 않는 난방 온도는 가는귀먹은 주인집 할머니 방에서 맞춰진다 언제나 보일러 온기는 이곳 사람들의 체온을 밑돈다 말도 아끼는 주인집 할머니, 아침저녁 큰 소리로 기도드리고 밤새 마른기침 토해낸다.

 

   오늘 밤 고양이는 처마를 맞댄 집들의 지붕을 지나다 내 머리 위에서 도망가나 보다 읽히지 않는 책, 몇 번을 헛짚다 머리맡에 놓는다 누군가의 안부를 떠올렸다 지운다 깡마른 안테나처럼 방 안에 누워 스스로를 수신하며 뒤척인다 이곳에 닿기 전 밤하늘에 묻혔을 안부들이 흐린 별빛으로 떠돈다.

 

 

―《문장웹진(2013.5월호)에서


 


이해.jpg


1970년 충청남도 공주 출생

2013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당신에게 건넨 말이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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