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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 / 하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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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83회 작성일 19-01-15 15:13

본문

그 자리

 

  하재청

 


그 자리에 가 보았네

움푹 패여 이끼 낀 고사목

비늘이 비늘을 벗겨내면서

아직도 늙어가고 있었네

그 한가운데 늙은 뱀 한 마리

아홉 겹 미로를 만들고 있었네

자신이 만든 미로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네

아무도 돌아보지 않아 백태 낀 생채기

붉은 낙엽이 쌓여 삭고 있는

그 오래된 우물 속에

내 푸른 입술도 썩고 있었네


하재청 시집 사라진 얼굴(시와에세이, 2018.10)에서

 


hajaechung-180.jpg

경남 창녕 출생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4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사라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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