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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뱀 / 한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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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9회 작성일 19-01-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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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희



보아뱀은 코끼리를 삼켰지
바오밥나무를 바라보며 천천히 삼켰지
 
나는 그런 큰 물건은 못 되어서
그저 호랑이를 삼켰지
 
코끼리를 삼키고도 보아뱀은
중절모처럼 의젓했지
 
나는 그런 큰 물건은 아니어서
호랑이를 삼킨 후
내가 더 놀랐지
 
중절모를 쓰고
보아뱀은 떠났지
바오밥나무도 따라서 떠났지
 
나도 호랑이 가죽신을 신고
어디론가 가고 싶었지
그런데 호랑이는 이상하게도 가죽 대신
이름을 남겼지
 
사람들이 호랑이를 찾을 때마다
내가 어흥 어흥 대답했지
호랑이가 나를 삼킨 건지
내가 호랑이를 삼킨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었지
호랑이도 나도
제자리만 맴맴 맴돌았지


ㅡ한명희 시집『꽃뱀』(천년의시작, 2018)


 

한명희.jpg


1965년 대구 출생

서울시립대학교 졸업, 문학박사

1992시와 시학등단

시집으로 시집읽기』 『두 번 쓸쓸한 전화

내 몸 위로 용암이 흘러갔다』『꽃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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