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이 흔들리면 / 김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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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959회 작성일 19-01-16 14:42본문
강아지풀이 흔들리면
김점용
한밤중에 고양이 한 마리를 놓아 주었다
멀리 가서 잘 살라고 놓아 주었다
고양이는 강아지풀 사이로 뛰어갔다
돌아오면서 돌아보았다
강아지풀이 흔들렸다
자세히 보니 고양이 꼬리였다
자세히 다시 보니 강아지풀이었다
길가에 쌓아놓은 비료 부대를 자세히 보니
주차된 트럭 뒤꽁무니였다
다시 자세히 보니 친환경 비료 부대가 맞았다
고양이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머리카락을 길게 풀어헤친 키 큰 귀신을 만났다
깜짝 놀라 다시 보니
무덤에서 뻗어내린 칡넝쿨이었다
치매 걸린 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기고 오는 길이었다
나를 맡기고 오는 길이었다
ㅡ『문학과 사람』(2018, 겨울호)
1965년 경남 통영 출생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 졸업
1997년《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오늘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메롱메롱 은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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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북수유리님의 댓글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잡생각이 아니 헛것이 보이는 것이 죄책감 때문일까요...
수호성인님의 댓글
수호성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누가 아픈걸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