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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한 시간을 고정시키기 위한 각주 /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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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1회 작성일 19-01-2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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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한 시간을 고정시키기 위한 각주

 

   정재학

 


고개를 들다가

선반 모서리에 머리를 긁혀

핏방울

 

비명이 핏방울보다 먼저 떨어지고

악 소리와 핏방울의 사이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고

바람을 열고 나가니 겨울

 

소에서는 춥고 붉은 강이 흐르고

셔터처럼 속눈썹을 몇 번 깜박이며

처음 보는 계곡들을 지나

저녁의 국경을 넘어 집으로 가는 길

나의 사라진 비명을 만나고

연두색 핏방울을 만나고

핏방울이 실개천으로 흐르고

마음 놓고 울지 못한 구두 한 짝을 만나고

아버지의 사라진 발자국을 만나고

1982년 아홉 살 봉천동 골목의

봄 햇살은 결국 만나지 못하고

 

집에 도착해도 피는 마르지 않고

감기 걸린 선반 모서리는

계속 콜록콜록

 

 - 월간 시와 표현》2018년 12월호

200805290059.jpg


 

1974년 서울 출생.
1996년 《작가세계》로 등단.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시집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
『모음들이 쏟아진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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