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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레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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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6회 작성일 19-01-29 10:27

본문

밥벌레

 

   이덕규

 

 

죽어가는 아이에게 어머니는

한 술이라도 밥을 먹이고 싶었던 거라

그래 병 깊은 아이 몸속에서

못된 벌레들 불러내자고

한밤중 고이 잠든 아이 머리맡에

정성껏 고봉밥 지어 놓았다가 새벽녘

앞 냇가에 슬그머니 풀어버렸던 거라

그 아이 거짓말처럼 일어나

축 난 밥을 잘도 먹기 시작했는데

갈수록 아무도 못 알아보고

보는 이마다 밥 주셔요 하는 거라

밥만 먹는 거라 하루

아홉 끼니를 먹고도 허기져

꿈결인 듯 밥 주셔요 하는 거라

어디 먼 물소리 따라

하염없이 떠도는 정 깊은 병 찾아가

밥 나눠주고 오는지, 촉촉이

몸 젖어 돌아와 허겁지겁

밥 찾아다니는 거라

보이는 대로 꾸역꾸역 밥만 먹는 거라


- 문장 웹진2018.9







1961년 경기 화성 출생
1998년 《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 밥그릇 경전』『 놈이었습니다』

2004년 제9회 현대시학작품상 수상
제4회 시작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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