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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일들 / 천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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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8회 작성일 19-01-29 10:32

본문

밖의 일들

 

   천수호


 

그때 그와 소꿉놀이처럼 간소한 밥상을 차려 놓고

개망초 키가 하늘을 가린 마당을 내다보며 늦은 아침을 먹을 때도

매미소리는 쌓이고 녹고 쌓이고 녹으며 흰 눈 행세를 했었다

그와 보낸 첫 밤도 흰 눈이 사선으로 내려 고르게 쌓이던 밤이어서

쌓이고 녹는 것은 숨 고르는 일처럼 게으르게 알게 되는 창밖의 일이었다

그와 내가 함께 쌓은 바깥의 그 무엇들이 소리도 없이 무너졌다는 것은

찬 겨울을 다 지나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이의 소꿉놀이가 순정에서 무정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은

냄새가 없는 한 줄의 짧은 언어놀이로 전달되었다

이상하게도 밖은 맑았고 쌓고 녹은 것이 깊은 밤 방바닥에서 끈적하게 만져졌다

피 냄새인지 살 냄새인지 타는 냄새인지 식는 냄새인지 간밤을 보내고

오늘 아침 첫 매미소리가 새로 시작하는 작업이 있다

매미소리는 대패에 깎인 톱밥처럼 더러는 꼬부라지고

더러는 바스러져서 어디로 떨어질 것인지도 모르고 쌓이고 있다

그의 새 소꿉놀이도 지루해졌을 만큼의 시간이 흘러갔지만

아직도 나는 간소한 밥상을 차리고 창밖엔 더러 그때의 흰 눈발이 들이치고

등 뒤에서 가만히 눈발의 속도로 노래하는 매미를 느껴 보는 것이었다

 

- 문장 웹진2018.8

 


 


1964년 경북 경산 출생
명지대 박사과정 수료
2003년 《조선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아주 붉은 현기증』 『우울은 허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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