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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 굿(巫) / 강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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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29회 작성일 15-10-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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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 굿(巫)

 

      강신애

 

 

  당신이 나를

  흰독수리깃으로 정화해주던 날

  꿈을 꾸었습니다

 

  코요테의 언어로 말하고

  사슴의 뿔로 분노하라고

  희끗한 어둠 속에 선명한 목소리로 말하였지요

 

  나를 가지에 꿰어 수로에 버려두세요

  곰의 먹이로나 줘버리세요

 

  어떤 치병 굿으로 저 바다를 정화할 수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독수리가 죽어야 거친 물결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심해에 엉켜버린 미래와 흔적을 발굴하다

  무중력의 계절이 바뀌고

 

  당신이 나를

  흰독수리깃으로 정화해주던 날

  꿈을 꾸었습니다

 

  산속 깊은 곳에서

  밤새 노래하고 춤을 추며

  영원히 끝나지 않는 성인식을 치루고 또 치렀습니다

 

  파라고무나무 수액을 입힌 천으로

  진즉 젖은 몸을 들어 올리지 못하였으니

 

  어떤 치병 굿으로 저 바다를 정화할 수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독수리가 죽어야 거친 물결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네 영혼은 계속 나아가리라

  네 영혼은 계속 나아가리라

 

  산속 깊은 곳에서

  밤새 노래하고 춤을 출 뿐

 

 

 

1961년 경기도 강화에서 출생
1996년 《문학사상》등단
시집 『서랍이 있는 두겹의 방』 『불타는 기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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