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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 박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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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8회 작성일 19-02-11 13:04

본문

동행

 

   박일만

 

 

바다에 이르는 길은 멀었다

한낮을 지나온 해가 저녁놀 속에 스러지는

길 끝에서 노인은 휠체어에 아내를 앉히고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양손을 손잡이에 얹어 미끄러지지 않게 붙들고 있었다

방파제 쪽에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이대로 쭉 가면 황혼 빛 갯벌이다

뼛가루 같은 진흙이 지천이다

오랫동안 서해를 바라보며

노인은 아내의 어깨에 숄을 덮어 주며

입가에 흐르는 침을 맨손으로 닦아 주었다

백발이 성성한 두 사람이 한 방향을 향할 때마다

해풍이 그들의 얼굴을 함께 어루만졌다

한기를 느끼는 아내를 위해 몸을 움직이자

순간, 노인의 발걸음이 팔랑거렸다

아쁠싸!

길 끝에서 조용히 서 있던 연유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살아오는 동안의 궤적이 점쳐졌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몸이 바람개비처럼 휘청거린,

저것이었구나!

한쪽으로 기우는 다리를 아내의 휠체어가 지탱해 주고

노인은 아내의 다리가 되어 주고 있었던 것

비로소 두 바퀴와 한쪽 발의 절묘한 균형이 이뤄졌던 것

나는 그들의 생애를 다 짐작할 수 없었으나

노인의 절뚝이는 생이

아내의 휠체어에 의지하여 밀고 끌고 왔을 것이다

물때가 바뀌도록 긴 그림자로 남아 있는 그들을 남기고

석양이 붉게 타고 나면

바다는 곧 한낮을 지울 것이다

 

박일만 시집 뼈의 속도(실천문학사, 2019)에서



  


전북 장수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詩) 수료
2005년현대시》로 등단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뿌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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