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데서 온 택배 같은 것 / 송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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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8회 작성일 19-02-13 10:51본문
먼 데서 온 택배 같은 것
송종규
내가 당신에게 집중하는 동안 당신은
태산처럼 커졌지만
다행이다
이제 나는 당신에 대해 아무 짓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행이다
당신을 떠올려도 나는 이제 목이 메이지 않는다
우주 저편에서부터
기적처럼 저녁이 당도했고 그 봄날
나비처럼 사뿐히 당신은 사라졌다
사실, 이별은 아주 먼 데서 온 택배 같은 것이지만
오래 전부터 꽃들에게 이별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다만 암묵적인 규칙이 있을 뿐이었다
어떤 경이로움이 엄습해 올 때 이를테면, 천둥과 우래 운무 같은 것까지
그들은 그것들을 꽃의 안쪽으로 들여놓았다
바닷가 언덕을 하루 종일 걸었다
세월은 충분히 깊어졌다, 무릎이 다 젖을 때까지
- 《모든시》 2018년 겨울호
1952년 경북 안동 출생
효성여대 약학과 졸업
1989 《심상》으로 등단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 』『 정오를 기다리는 텅 빈 접시』
『 고요한 입술』『녹슨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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