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데서 온 택배 같은 것 / 송종규 > 오늘의 시

먼 데서 온 택배 같은 것

   송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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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에게 집중하는 동안 당신은

태산처럼 커졌지만

다행이다

이제 나는 당신에 대해 아무 짓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행이다

당신을 떠올려도 나는 이제 목이 메이지 않는다

우주 저편에서부터

기적처럼 저녁이 당도했고 그 봄날

나비처럼 사뿐히 당신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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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별은 아주 먼 데서 온 택배 같은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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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꽃들에게 이별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다만 암묵적인 규칙이 있을 뿐이었다

어떤 경이로움이 엄습해 올 때 이를테면, 천둥과 우래 운무 같은 것까지

그들은 그것들을 꽃의 안쪽으로 들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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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언덕을 하루 종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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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충분히 깊어졌다, 무릎이 다 젖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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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시》 2018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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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경북 안동 출생  
효성여대 약학과 졸업  
1989 《심상》으로 등단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 』『 정오를 기다리는 텅 빈 접시』
        『 고요한 입술』『녹슨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