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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의 결혼식 / 진혜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285회 작성일 19-02-14 09:12

본문

지의 결혼식

 

   진혜진

 

문틈 사이 벨벳을 걸어온 햇살이

먼지의 안과 밖으로

한 줄기 긴 주례사를 나열하고 있다

저 부유하는 신랑 신부

뒤엉킬 듯 나란한 거리

입자는 조금 두렵고 두근거려 보인다

나비넥타이 속 행진곡은 어느 정원을 걷고 있을까

 

커튼을 밀고 오후 두 시가 통과한다

훤히 드러나 있는 하객

이 방에서 나는 불청객

농도를 걱정하는 기나긴 말씀은

견딜 수 있을 만큼 떠다니다 서약문이 귓바퀴에 꽂힐 때

행진

문틈 속으로 사라진다

진공 압력을 모르는 연인의 어깨동무는

밑줄 친 떨림을 기억한다

 

청소기가 결혼을 빨아들인다

두 손 모았던 맹세가 흡입구로 빨려 들고

뒤로 남긴 후손이 가볍게 점프를 한다

먼지로 분류된다는 것은

먼지 이전의 뼈대 있는 솟을대문이었거나 몇 아름의 고목이었거나

먼 나라에서 온 바람이었던 것을

수 천 번 지구를 돌아 나와 도착한 여기,

드라이아이스가 파혼을 부추긴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입김이 잠자던 곳에

식을 치르지 않은 먼지들도

뿔뿔이

침대 아래 부족(部族)이 되어 간다

 

―《미래시학(2017, 가을호)

 



 진혜진.jpg

경남 함안 출생

2016경남신문〉,<광주일보신춘문예 당선    

2016시산맥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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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양현주님의 댓글

profile_image 양현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이쿠, 우리 예쁜 혜진샘 <먼지의 결혼식> 이군요
먼지의 속성을 낯설게 잘 연결 했네요
절친 시가 올라오니 반갑네요^^
링크 펌하여 전달해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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