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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칸에 길 넣기 / 박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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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53회 작성일 15-10-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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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칸에 넣기 

박이정

  
전철 빈 칸에 앉아서 건너편의 빈 칸을 바라본다

길 하나 들어와 빈 칸에 앉는다 

장난감 총을 쏘는 아이 둘. 두꺼운 책 속에서 길 닦는 학생 앞을 왔다 갔다
빈 칸에 신발 신은 채 나란히 올라간다. 전철손잡이를 잡으려다 공사 중인 길을 까치발로 덮친다

글자 속에서 길을 닦던 노동자가 전철바닥으로 나동그라진 책을 줍는다. 빈 칸에 앉아서 길찾기에 다시 빠져든다

질끈 동여맨 생머리가 흐트러진 어린 엄마
젊은 생의 무게를 싣고 어두운 터널을 비명처럼 달려가는 지하철. 학생 나이뻘 얼굴을
창밖으로 돌린다 꽉 낀 스키니진 입은 감각 하나를 유리창 안개꽃밭에 묻는다

아이 둘 유리창에 길을 그린다 끊어질 듯 이어진다 새로 태어나는 길

빽빽한 세상에 몸 쉴 빈 칸 하나 갖고 싶어 길을 닦는 어린 엄마는
아이들의 길이다 아이들의 빈 칸이다

전철이 안개 낀 살얼음 강을 건너고 있다 빈 칸에 앉은 눈동자들 안개늪에 빠진다

눈꺼풀을 내려 속눈썹 끝 차마고도에 길을 닦다
신길역 하차 안내방송에 눈을 뜬
깜빡 세상
전철 밖으로 뛰어내리는 길이 작별인사 하듯
뒤를 돌아본다 

공사 도중에 끌려온 세상 하나가 혼잣말을 안개처럼 흩으며
빈칸에 앉는다

 

 

 

 

parkijung-150.jpg

 2006다층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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