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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새 / 윤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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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3회 작성일 19-02-2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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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새  

  

     윤석호

  


이국의 남쪽 끝, 메마른 도시
변두리 정류장 표시판 옆에 새 한 마리 서 있다
차가 지날 때마다
세상을 외면하는 몸짓으로 한 걸음씩 물러 난다

여기는 남쪽 끝, 메마른 도시
저 언덕 넘어는 어느 나라의 북쪽
시선 지나는 공중에 아무것도 없어서
너는 지금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구나
느리게 움직이지만 갈필을 잡지 못하는 구나
바람을 칼질하던 깃털에 먼지가 베였구나
너는 사랑을 잃었구나
사랑을 잃어서 하늘까지 잃었구나

여기는 남쪽 끝, 메마른 도시
저 언덕 넘어는 어느 나라의 북쪽
저 언덕 넘어 새로운 북쪽으로 가면
낯선 눈초리에 깃털 한번 털어내고
모른 척 하늘로 되돌아갈 수 있을 텐데
너는 등을 돌려,
그 먼 처음의 북쪽을 생각하고, 짧은 다리와 갈라진 발로
걸어서 가려 하는 구나
태양이 저리 사나운데
그늘 한 점 없는데
너의 뒷모습이 눈에 익구나


 

 

1964년 부산 출생
2011년 미주중앙신인문학상당선

2014<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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