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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아가는 손끝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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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5회 작성일 19-02-26 10:08

본문

닳아가는 손끝

 

   김종성

 

 

어제저녁 콩나물무침은

곰소염전을 옮겨온 소태맛이더니

오늘아침 콩나물국은

세월지난 생수처럼 식은 물맛이다

 

갈비뼈 으스러지는 곳에서 부는 바람은

공명통 기능 상실한 금간 항아리 같이 버거워

겨울 갈꽃처럼 흩어지는 아내의 손끝은

죽음 부르는 백색가루 위험보다

더 아릿한 애잔함이다

 

음표가 제멋대로인 연주불능 악보처럼

미친 듯 널뛰는 내분비 순환기관 수치로

롤러코스트 위에 돋아난 두려움은

비상관제소 깃발처럼 시퍼런 얼굴로 펄럭일 때

사소한 것들까지 더욱 소중해지는 순간

 

손등 주름 늘어 손끝이 쇠잔해지니

미각도 닳아진다는 저 서글픈 눈가

 

-시마을 동인시집 동감(정문출판사, 2018)




 

2007년《문학세계》로 등단
시마을작품선집『섬 속의 산』등
동인시집『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등
 

제4회 한국농촌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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