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날개를 말리는 시간 / 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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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날개를 말리는 시간
손현숙
누가 꼭짓점을 향해 무릎걸음으로 온다 엄지와 검지를 나란히 눈썹 밑에 두고 나비 날개를 향해 몰입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 날개를 말리는 시간 호흡을 정지한 채 꽃잎 한 장을 넘는다 햇살을 향해 정수리를 연다
그림자를 지우며 다가오는 죽음은 달콤할까, 침묵은 날개를 펼치기 직전의 빛나는 공포, 색색의 바람개비 속에서 핸드폰을 잃어 버리고 다음날 택시에 가방을 두고 내렸다 치과에서 이빨 세 개를 뽑았고, 매일 노모의 약을 챙긴다
나이를 자꾸 묻는 엄마의 머릿속에 나는 누구로 사는 걸까, 눈썹 위에서 반짝이는 별의 이름은 이미 죽었던 나의 흔적이다 핸드폰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되찾은 가방은 속이 비었다 나는 양 날개를 염습하듯 포개고 사람의 얼굴에서 자꾸만 하늘을 본다
ㅡ《시인동네》(2019, 2월호)
서울 출생
신구대학 사진과와 한국 예술신학대학 문창과 졸업
1999년 《현대시학 》등단
<국풍> 사진공모 수상,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수상
시집『너를 훔친다 』『손』
사진 산문집 『시인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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