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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 / 장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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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4회 작성일 19-02-28 09:21

본문

목발

 

   장상관

 

 

버스가 신호등을 올려다보고 초조해지는 동안

목발 짚고 가던 젊은이가 엎어진다

구겨진 얼굴에서 망측한 문장이 돋아나고

복발을 냅다 집어던진다

그래 때로는 다 던져버린 용단이 재기를 불렀었지

목발은 나무의 발

남의 발은 감수해야 할 묵시도 서러운 법

 

폭설에 견디던 강단으로 참고 참다 목발은

젊은 육신을 던져버리고 한순간 자유로워졌다

별안간 끓어 넘치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다시 기대어야 될 필요 불가결을 기억이 잠시 잊은 덕이다

 

극한을 넘어 버티다 주저앉은 바닥

한두 번 쳐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기어가서 다시 겨드랑이에 끼고

가던 길을 짚는다

순한 양이 되어 목자에 이끌려 간다

 

저렇게 가는 거다 냉수 한 사발로

다들 저런 속내를 구겨 넣지

바람에 날려가던 비닐봉지가 나뭇가지에 걸려

파르르 떤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스쿠터가 킬킬 킬 반복해서 시동을 건다

 

―《시선》(2019, 봄호)


 

jangsangkwan-140-1.jpg


경남 창녕에서 출생

2008문학·등단

시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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