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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들처럼 / 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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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75회 작성일 19-03-05 09:57

본문

나도 그들처럼

 

    백무산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 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동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숲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시계가 되기 전에는


이제 이들은 까닭 없이 심오해졌습니다

그들의 말은 난해하여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내가 측량된 다음 삶은 터무니없이

난해해졌습니다

내가 계산되기 전엔 바람의 이웃이었습니다

내가 해석되기 전엔 물과 별의 동무였습니다

그들과 말 놓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소용돌이였습니다

 

- 백무산 시집 거대한 일상(창비, 2008)중에서


 


081023_baek1_lmedia.jpg

 

1954년 경북 영천 출생
1984년 「민중시」 1집에 '지옥선'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
이상문학상, 만해문학상 수상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초심 』

『길밖의 길』 『거대한 일상』

『폐허를 인양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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