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내 주머니 속에 넣고 / 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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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4회 작성일 19-03-06 09:38본문
당신을 내 주머니 속에 넣고
김 안
당신을 내 주머니 속에 넣고 걷는다,
부끄러움이 쏟아지는 여름 속을,
주머니 속에서 검붉게 졸아드는 햇빛과
꿈틀거리는 손가락과,
손가락과 뒤얽혀 물들어가는 당신과
반쯤은 실성할 때까지,
반쯤은 실성해서 저 바다도,
저 바다 끝에 우리가 묶어두었던 작은 방도 미로가 될 때까지,
미로에 갇혀 이 부끄러움을 잊을 때까지, 서쪽으로
난 창을 타고, 기억에 없는 꽃이 자연스레 자라고,
꽃의 핏자국 속에 숨겨둔 바람처럼, 별처럼, 시선처럼
거친 말의 갈퀴처럼
기억에 홀려 꼭두서니처럼 반쯤 미치면 좋겠지,
아예 미쳐 걸으면 좋겠지,
내 주머니 속에서 괴물이 될 당신과
주머니 바깥에서도 뒤엉켜서.
-월간 《시인동네》(2018. 8월호)에서
본명 김명인
1977년 서울 출생
2004년《현대시》로 등단
인하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집『오빠생각』『미제레레』
제5회 김구용 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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