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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들 / 박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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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1회 작성일 19-03-12 10:53

본문

여신들

 

    박설희

 

 

  제 모습이 여신 같다며

  셀카 사진을 딸이 내민다

 

  네가 아는 여신은

  성모마리아나 비너스

  뽀얗고 매끄러운 살결에 젊고 아름다운 미녀

  그 아름다움이 때로 피와 살육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그러나 인도 어딘가에는 뱀에 휘감기고 전갈에 물린 채 살이 썩어 들어가

손가락이 없는 여신이 있다 앙상한 몸이 뒤틀린 채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젖을

아이에게 물린 차문다 여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어

  먹이려는

  고통과 비참 속의 모성

 

  끝내 쓰러져

  말을 잊고

  슬픔도 잊고

  다시 태어나

  기꺼이

  먹일 준비를 하는 여신들

 

  옹알이 하며

  태아의 자세로

  기저귀 차고 누워 있는

 

  여신들의 거처,

  지구별의 기이한 풍경

 

  *엔도 쇼사쿠, 깊은 강

 

-월간 시인동네(2018.11월호)



 

parksulhee-140.jpg


1964년 강원도 속초 출생

성신여대 국문학과와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2003년 계간 실천문학등단

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꽃은 바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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