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무줄에는 /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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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5회 작성일 19-03-13 09:42본문
검정 고무줄에는
김영남
내복의 검정 고무줄을
잡아 당겨본 사람이면 알 겁니다
고무줄에는 고무줄 이상이 들어 있다는 것을
그 이상의 무얼 끌어안은 손,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것으로
무엇을 묶어본 사람이면 또 알 겁니다
어머니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는 것을
그래야 사람도 단단히 붙들어 맬 수 있다는 것을
훌륭한 어머니일수록 그런 신축성을 오래오래 간직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 고무줄과 함께
어려운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겁니다
어머니란 리어카 바퀴처럼 둥근 모습으로도 존재한다는 것을
그 둥근 등을 굴려 우리들을 큰 세상으로 실어낸다는 것을
그리하여 이 지상 모든 고무줄을 비교해본 사람이면 알 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고무줄이 나의 어머니라는 것을
-김영남 시집 『푸른 밤의 여로』(문지, 2006)에서
1957년 전남 장흥 출생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및 同대학교 예술대학원 졸업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정동진역』 『모슬포 사랑』 『푸른 밤의 여로』 『가을 파로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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