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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가 / 윤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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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79회 작성일 19-03-14 10:04

본문

액면가


   윤준경

 

 

나는 나를 늘 싸게 팔았다

아예 마이너스로 치부해 버렸다

내세울 게 없는 집안이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셨고

나는 그 말에 육십 년이나 절었다

그래서 나의 액면가는 낮을 수밖에 없고

때로 누가 나에게 제값을 쳐주면

정색을 하며 다시 깎아내리곤 했다

자신의 액면가를 곧잘 높여 부르는 이들도 있는데

겉으로는 끄덕끄덕하면서도

속으로는 씁쓸하다

그들의 액면가는

부르는 만큼 상종가를 치기도 하는데

나는 늘 나의 값을 바닥에서 치르며

흘끔흘끔 앞뒤를 곁눈질 한다

깎이고 깎인 액면가가 내가 되었다

이제라도 제값을 받아보자고

큰소리 한번 치고 싶은데

유통기한이 끝나간다

무릎이 저리다

 

- 윤준경 시집 『시와 연애의 무용론』(시학, 2017)에서 






 

경기도 양주 출생

1973년, 1978년 주부백일장 입상

시집 나 그래도 꽤 괜찮은 여잡니다』 『우이동사람들

다리 위에서의 짧은 명상』 『새의 습성』 『시와 연애의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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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철들면 죽는다는 친구놈이 있지요.
자신있게 자신을 불러보고 싶어지는데, 세월이 야속하여라.
나이 먼 상관있나요. 지금이 시작입니다. 상종가를 쳐 보시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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