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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 / 전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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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0회 작성일 19-03-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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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

 

   전 향  


 

그 입속엔 침이 없다

이빨도 없다

입모양은 원래 네모지만

보아구렁이가 코끼리를 삼킨 것처럼

그 모습 수시로 변한다

채식을 해야 오래 산다 하지만

김치통이건 돈뭉치건

살아 있는 것이건 죽은 것이건

가리지 않는 그 입은

잡식성이다

그 먹성 또한 야금야금 먹는다든지

되새김하는 일 없이

단숨에 먹어 치운다

한번 다문 그 입은

옹골져서 좀처럼 열리지 않으며

막무가내로 열려고 할 수록

미로처럼 단단하게 봉해버린다

때가 되어 빗장 열듯 마음 풀면

꽃 피듯 활짝 열리는 입

삶은 잠시 내가가졌다 두고 가는 것처럼

먹은 것 그대로 내려놓는다

한동안 제 것이었던 모습

향기가 사라지면

텅 빈 입, 깃발처럼 가볍다

 

-전향 시집 그 빛을 찾아간 적 있다 (2013년 현대시 시인선)

 

 


55.jpg


경북 김천 출생

2005시사사로 등단

시집 그 빛을 찾아간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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