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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팔! / 배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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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1회 작성일 19-03-25 10:30

본문

씨팔!

  

    배한봉

 

 

수업 시간 담임선생님의 숙제 질문에 병채는

<씨팔!>이라고 대답했다 하네

아이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웃었으나

<씨팔! 확실한 기라예!>

병채는 다시 한 번 씩씩하게 답했다 하네

처녀인 담임선생님은 순간 몹시 당황했겠지

그러다 녀석의 공책을 보고는 배꼽을 잡았겠지

어제 초등학교 1학년 병채의 숙제는

봉숭아 씨방을 살펴보고 씨앗 수를 알아가는 것

착실하게 자연공부를 하고

공책에 <씨8>이라 적어간 답을 녀석은

자랑스럽게 말한 것뿐이라네

세상의 물음에 나는 언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을 외쳐본 적 있나

울퉁불퉁 비포장도로 같은

삶이 나를 보고 씨팔! 씨팔! 지나가네 


-『2011 제26회 소월시문학상작품집』(문학사상, 2011)에서




 

경남 함안 출생
1998년 《현대시 》로 등단
시집 『흑조 』『우포늪의 왁새 』『악기점 』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 『주남지의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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