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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꼭지의 자세 / 전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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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5회 작성일 19-04-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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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꼭지의 자세

    전다형

 

꼭지를 두고 T자 모형 줄기를 잘랐다

안전핀을 입에 물렸다

마주 보고 깔깔 초록은 동색으로 출발

마흔네 밤낮을 부풀리고 궁글린 햇살과 바람과 천둥과 풀벌레 울음까지

줄무늬 주름 폭이 깊어 갈 때 구심점은 조금씩 묽어졌으리라

하나의 의혹이 진심을 잃을 때 불온한 생각이 나날이 부풀 듯

세로줄을 날을 세운 굳어진 수박의 표정

큰 줄기를 놓치자

훅 당기면 뿌리까지 와르르 달려올 관계망들

검푸른 세로줄 테이블보 위에 시한폭탄을 두고

잘린 줄기에 대해

바닥을 기는 포복의 자세로 한 계절을 났다

플라시보 효과 사라진 약발이 부른 노시보 효과가 판을 쳤다

얼기설기 엉킨 일상의 낟 갈이가 필요하듯

서로 마디마디 간격이 필요하기도 하지

입방아를 찧고 까불어 붉은 오해를 가둔 폭발성은

부풀어 올라 안전핀도 손을 쓸 수가 없게 되지

뿌리로부터 출발했으나 도착지점은 달라

정조준이 필요한 한 뼘 거리를 두고

마디마디마다 잎맥을 숨겨두고 푸르게 웃지만

T자 안전핀을 둘러싼 폭발음은 서로에게 경계의 자세로 남지

뽑으면 끝장날 관계처럼 줄기를 쥐고 있는 관계라는 광맥

하나의 뿌리부터 뻗어 나왔으나 한곳으로 수렴되지는 않아

천만 풍경으로 익어가는 붉은 물음들, 푸른 울음들

둥글게 자기를 굴리고 있는 생각들

말의 분화구에서 치솟은 소낙비와 건들바람과 오해

한 개의 뿌리로부터 터져 나온 갈래 길들이 네게로

건너가는 습한 생각들 설익은 표정들

비등점으로 치닫는 감정선

속이 상하기 전 생각을 엎질러버려야지

안전핀을 뽑자 바닥까지 칼끝 받아 낸

슬픔이란 내부

너 나 반으로 쩍 가르자

농익은 한 통 울음이 쏟아졌다

 -계간 시와경계2019년 봄호

 


경남 의령 출생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부산시인협회 회원, 부산작가회의 회원,
시집『수선집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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