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 이시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4회 작성일 19-04-05 15:01본문
평일
이시영
後農(후농) 김상현 선생이 방북했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사오십 도짜리 평양소주가 몇순배 돌고 나자 거나해진 후농이 입을 열었다.
“우리 전라도 사람들은 말이여, 헐 말이 있으면 우선 참지를 못혀. 그러고 말투가 좀 거칠어뿌러.
그러니 먼저 양해를 구해야겄구먼”
그러고 나서 그가 터뜨린 말이 걸작이었다.
“야 이 빨갱이새끼들아! 육이오 때 말이여, 쳐들어올려면 평일을 골라서 와야제 해필이면 남들이
다 잠든 일요일 새벽을 골라서 올건 뭐여? 이 순 빨갱이새끼들 겉으니라구! 그때 우리가 월매나
고생들 했는지 알어?”
동석했던 북측 인사들은 물론 함께 간 남측의원들도 후농의 이 느닷없는 일갈에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크게 당황했다고 하는데, 정작 후농 자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마주앉은 리종혁 아태위
부위원장을 향해 잔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따, 뭔 쐬주가 이리 독허다냐이?”
-이시영 시집『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창비, 2012)에서
1949년 전남 구례출생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 수상
시집으로 『만월』 『바람 속으로』 『길은 멀다 친구여』 『이슬 맺힌 노래』
『무늬』 『사이』 『조용한 푸른 하늘』 『은빛 호각』 『바다 호수』 『아르갈의 향기』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호야네 말』
시선집으로 『긴 노래, 짧은 시』 『하동』등
만해문학상, 백석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지훈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박재삼문학상 등을 수상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