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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 문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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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2회 작성일 19-04-09 10:21

본문

입술


   문보영

 

 

입술의 반을 장독하다 덮어 두었다 입술의 독파에 실패했으므로

우리는 애인이 되었다

 

해산물 공판장의 축축한 바닥 혹은 인부의 고무 앞치마에 묻은

물기 네 입술의 맛

 

골목의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닌다 울 때도 우르르 울었다 그런

소리가 나는 입술

입술을 꽉 깨물자

발바닥이 필사적으로 어두워진다

 

부득이하게 다시 오는 내일처럼

입술은 언제나 입술 위를 전전하고

 

난간에서 이불을 털다 떨어져 죽은 사람

누군가

발바닥부터 솟구쳤다

입술을 타 넘고 떨어졌다

죽은 사람은 늘 그런 모양

아무렇게나 놓인 시체의 발처럼

입술은 방향이 없고

 

너무 오래 침묵하면 입술이 사라진 기분으로

뜯지 않은 나무젓가락처럼 묘연해지다가

 

하루에도 수십 번

코 아래 입술이 있다는 게 수상해지는

 

-문보영 시집 책기둥(민음사, 2017)중에서

 


문보영프로필1_m (1).jpg

 

1992년 제주 출생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 당선

시집 『책기둥』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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