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본 / 마경덕 > 오늘의 시

파본破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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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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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의 실밥이 터지고 있다

한 묶음으로 제본된 봉오리는 과월호처럼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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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을 마친 가지 끝에

희디흰 햇살이 꽂히고 봄의 속지에 물이 번져

목 좋은 자리에 전시된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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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을 하자마자 성급한 바람이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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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본공이 표지를 마무리할 때도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하나하나 낱장을 이어붙인 문장들

긴 추위를 건너며 우리는 얼마나 눈부신 절창을 기대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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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생략…

이하 동문…

우수수 무더기로 넘어가는 꽃잎 활자에 야근을 하던 인쇄공도 손을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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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평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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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버려지는 봄의 파본들

여전히 바람과는 라이벌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