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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도 못살아 본 것처럼 / 김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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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0회 작성일 19-04-18 09:17

본문

살아도 못살아 본 것처럼

 

   김병호

 


집이 비었다

베란다 감 타래의 감들만 반짝인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지나는지

오후는 주홍빛으로 말랑해진다

 

어머니는 어디 가셨을까

 

알력밥솥 김 빠지는 소리가

기우뚱 집을 흔든다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현관에 서 있는 사이

 

저녁이 다 건너오고

무릎이 무거워진다

 

미루어 놓은 말들도

지워졌으면 싶은데

 

이치(理致)도 없이 한 아홉 살쯤을

이어살고 싶어진다

다녀왔습니다, 라는

밥그릇 같은 말도 없이

 

―《현대시학20171112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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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광주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으로 달 안을 걷다, 밤새 이상을 읽다』 『백핸드 발리

2013년 한국시인협회상 젊은 시인상

2013년 제8회 윤동주 문학대상 젊은 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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