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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 양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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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0회 작성일 19-04-26 14:23

본문

사월


   양현근


 

전쟁을 치르듯 북새통의 하루가 저물고

하나 둘, 눈치를 살피며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들리는 소식마다 삐라 냄새가 나고

가계부채문제는 심각하다 하고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월급봉투는 몇 년째 사실상 동결이라는데

근심의 두께만 혼자 두툼하다

온기마저 빠져나간 사무실에서

글썽글썽해지는 형광등 불빛을 등지고 서서

그간 내게 건네진 말들이 분홍 꽃잎이었는지

뜨거운 방언이었는지 아니면 혁명이었는지

오래된 건반을 치듯 컴퓨터 자판을 마구 찍어댄다

어딘가에는 가장의 귀가를 기다리는

따뜻한 담장들이 서 있을 거라고

지금쯤 고향마을에는 명자꽃이 통통 터질 거라고

한때의 환했던 골목을 다 불러 모아도

요지부동의 저 질퍽대는 봄날

고단함을 방류하는 언덕길을 말없이 걸어가는데

볕이 잘 들지 않은 그 길에도 새싹이 돋고

아스팔트 위로 가벼운 홀씨들을 퐁퐁 날려대는 것이

참으로 눈부신 사월인 것이 분명한데

호박넝쿨 우거지던 흙담길에

버드나무는 왜 그렇게 말없이 휘어지던 것인지

세상의 뒷길은 왜 그리 길고

무작정 벗어 놓은 슬픔의 혐의는 많은 것인지

겨울잠을 막 깨어난 나뭇가지들

이제는 알았다는 듯 뒤척이는데

 

-양현근 시집 기다림 근처(문학의 전당, 2013)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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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창조문학등단

시집 수채화로 사는 날』 『안부가 그리운 날

길은 그리운 쪽으로 눕는다』 『기다림 근처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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