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잃어버리다 / 김기택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우산을 잃어버리다 / 김기택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96회 작성일 19-04-26 14:41

본문

우산을 잃어버리다

 

    김기택

 

 

버스에 오르자마자 우산은 갑자기 난처해졌다.

우산은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가

남의 바지를 두어 번 슬쩍 적셨다가

좌석에 잠깐 기댔다가

바닥에 널브러져 구두들에게 밟혔다가

슬픈 눈이 잠시 헛것에 초점을 맞추는 사이

제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 슬며시 없어지고 말았다.

 

버스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던 비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급히 우산을 찾았으나

우산은 제자리를 깊이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잃어버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듯이

우산은 민첩하게 제 길을 찾아냈다.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듯

스스로 찾아낸 자리를 영영 떠나지 않았다.

비가 내렸으므로 나는 다시 우산이 필요했다.

비가 더 많이 내렸으므로 잃어버릴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해졌다.

떨어진 꽃잎들은 껌처럼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사람들 손에는 하나같이 우산이 들려 있었다.

 

우산들은 어떻게 공기 속에서 비의 냄새를 찾아내어

첫 빗방울이 떨어지자마자 활짝 펴지는 것일까.

눈물은 어떻게 슬픔이 지나가는 복잡한 길을 다 읽어두었다가

슬픔이 터지는 순간 정확하게 흘러내리는 것일까.

저 많은 꽃들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봄과 나뭇가지에 마련된 자리에 찾아와 한꺼번에 터지는 것일까.

비가 그치면 저 많은 우산들은

어떻게 제 이름이 새겨져 있는 자리를 찾아 일시에 증발해 버리는 것일까.

흙바닥에 뒤엉켜 있는 꽃잎들은

어떻게 한 치의 오차없이 저자리를 찾아낸 것일까.

슬픔이 흘러나오던 자리는 어떻게 감쪽같이 명랑해지는 것일까.

비가 그치자마자 저 많은 손들은

어떻게 우산을 잃어버린 걸 완벽하게 잊어버리는 것일까.

 

내 손에 우산이 없는 걸 보고 비는 더욱 세차게 퍼부었다.

-김기택 시집 갈라진다 갈라진다(문학과지성사, 2012)에서



1957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89<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시집 태아의 잠』『바늘구멍 속의 폭풍』『사무원

』『』『갈라진다 갈라진다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697건 6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44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5 1 05-14
144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6 1 06-02
144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3 1 07-02
144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0 1 08-17
144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0 1 01-23
144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 1 03-08
144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1 04-22
144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3 1 02-12
143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1 1 04-15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7 1 04-26
143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8 1 08-19
143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0 1 10-15
143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7 1 11-24
143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2 1 05-25
1433
오랑/ 조동범 댓글+ 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8 1 06-08
143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2 1 01-30
143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3 1 02-18
143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1 1 02-28
142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9 1 03-10
14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8 1 03-29
14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0 1 04-19
14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6 1 05-01
14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0 1 06-02
14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2 1 06-20
14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5 1 08-08
14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6 1 10-11
14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9 1 11-10
14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2 1 11-24
14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9 1 12-09
14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7 1 12-18
14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0 1 12-28
14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5 1 01-06
14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1 01-15
14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3 1 01-25
14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9 1 02-19
14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9 1 03-02
14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 1 03-19
14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8 1 04-16
14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3 1 04-24
14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 1 05-14
14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3 1 06-02
14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13 1 08-17
14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8 1 01-23
14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1 03-08
14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1 04-22
14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2 1 02-13
14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2 1 05-17
14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0 1 10-10
13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9 1 03-25
13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2 1 07-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