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 정병근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암흑 / 정병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93회 작성일 19-05-02 10:31

본문



암흑

 

   정병근

 

 

너를 보기 위해 나는 캄캄해진다

검은 흙을 비벼 다지는 방식으로

지문이 지워진 손끝에서 너는 돋아난다

내부를 지탱하던 축이 흔들리고 크나큰 요동이 있자,

길고 짧은 비명을 지르며 너는 뛰쳐나갔다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눈이 맑아질 때까지 백억 년을 보낸 끝에

반짝이며 멀어지는 나를 보았다

무슨 일이 있던 밤의 궁리를 다해 어둠을 닦는다

불을 잃은 양초를 바닥에 문질러

칠흑의 거울을 얻었다

캄캄과 깜깜을 온몸에 쟁여 넣고

비탄의 구석구석에 고인다

나는 어떤 구멍이며 물질이며 힘이다

너는 소리와 색과 글자로 나를 부르지만

곧 움푹 꺼질 너의 얼굴이 두려워

눈꺼풀 밖 한 겹 어둠으로 드리워 있다

눈을 깜박이는 순간조차 0초의 속도와 옷깃의 전 규모로

잠든 너를 두고 동굴로 가서

물방울의 기둥을 세우고 돌꽃을 피운다

나감과 들어옴의 발끝에 집중하며

한 시 한 초도 너를 놓지 않는 검은 바닥이다

오직 네가 보이고 들리도록

모든 방향을 궁구하는 태초이다

검은 늑골을 뚫고 뻗어가는 빛 빛 빛

너는 광속으로 여럿과 만나고 여럿과 헤어진다

여기저기 동시다발로 나타나고 사라진다

하얗게 타버린 말들 벌어지고 멀어지는 풍경들

이미 되어버린 표정의 그늘과 배경으로

언제나 네 눈앞에 멀리 가까이 있다

있는 만큼의 없음으로, 그 크나큰 동공으로

 

-월간 시인동네2019.4월호




 

 

1962년 경북 경주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1988년《불교문학》등단
시집 『오래 전에 죽은 적이 있다』『번개를 치다』『태양의 족보』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78건 48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82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7 0 03-19
82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6 0 03-20
82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4 0 03-20
82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8 0 03-20
82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5 0 03-25
82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4 0 03-25
82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5 0 03-26
82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4 0 03-26
82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2 0 04-01
81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7 0 04-01
8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2 0 04-03
81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5 0 04-04
81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1 0 04-04
81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8 0 04-04
81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6 0 04-05
81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8 0 04-05
81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5 0 04-05
81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1 0 04-08
81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5 0 04-08
80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6 0 04-08
80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7 0 07-08
8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4 0 04-09
80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8 0 04-10
80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7 0 04-10
80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6 0 04-12
80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8 0 04-12
80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3 0 04-12
80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5 0 04-15
80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8 0 04-15
79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4 0 04-16
79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9 0 04-18
79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9 0 04-18
79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5 0 04-18
79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 0 04-19
79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0 0 04-24
79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8 0 04-25
79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6 0 04-25
79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9 0 04-30
79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2 0 04-30
78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3 0 05-02
78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7 0 05-03
열람중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4 0 05-02
786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7 0 05-02
785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8 0 05-07
784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7 0 05-07
783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7 0 05-09
782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6 0 05-09
781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6 0 05-16
780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7 0 05-17
779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8 0 05-1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