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꽃은 피고 지고 / 정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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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꽃은 피고 지고
정찬열
올해도
이팝꽃이 피었다네요
진달래 지천으로 피었다 질 무렵
이팝꽃 하얗게 피어났지요
고봉 쌀밥 같은 꽃 봉우리 보면
두 눈 가득 하얀 꽃물이 들고
이팝나무 아래 꽃 이파리 수북이 쌓일땐
오매, 저 꽃이 쌀이라면 얼매나 좋을까
혼자서 생각했지요
이팝꽃 질 무렵은 보리누름철
보리밭에 보리가 노릇노릇 익어가고
소쩍새 울음소리
소쩍, 솥 적, 솥 저억 다
빈 들을 울렸지요
긴 긴 해를 참다 못해 우리들은
보리목 꺾어다 보리찜을 해 먹고
껌댕이 입술을 손가락질 하면서
깔깔깔 철없이 웃었지요
-출처 : 정찬열 홈페이지
전남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졸업
1999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날개 꺾인 삶의 노래』
산문집 『쌍코뺑이를 아시나요』 『내땅 내발로 걷는다』 『아픈 허리, 그 길을 따라』
2002년 페스탈로치상 수상
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이핍나무와 보릿고개와 소쩍새는 이음동의어일 듯.
정 시인 님의 이 시를 보고선 동시대인 임을 알겠다.
일전 나의 낙서와 같은 정서라서, 외람되지만 감히 나의 낙서을 댓글로 대신해 본다.
이팝나무꽃
보릿고개 넘던 때의 아픈 이름이라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라고
쑥개떡 반죽으로 치대보던 설움이라서
쌀알처럼 만발한 꽃들을 보면
눈칫밥만 가득한 빈 솥단지
물끄러미 내려보는
어린 새색시
버짐 핀 얼굴
이밥 먹고파, 이밥 먹고파
소쩍새 울음소리, 이명으로 맴돈다
2019.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