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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훔쳐보기 / 양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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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61회 작성일 19-05-08 10:37

본문

낮잠 훔쳐보기

 

   양성숙

 

 

달아나려는 바쁜 오후가 아기의 손에 잡혔다

오가는 발소리 배달하는 오토바이도 옴짝달싹못한다

허공을 말아 쥔 채 공기까지 부여잡고,

요람 속에 깊숙이 빠져든 아기가

놔줄 기미 보이지 않자 풀 죽은 오후가 잠잠하다

찬찬히 탐색하는 눈길을 아는지

아기입술에 꼬리가 생겼다 사라진다

살짝 벌어진 살구꽃잎에 나른한 웃음이 고여있다

 

이백팔십일간의 비밀을 가득 담고 깊게 잠든 손

내막이 궁금한 커다란 손이 얇고 투명한 손가락을 열면

움츠러들며 더 힘껏 말아 쥐는 아기의 손

나팔꽃처럼 오무라든 주먹이 숨겨 논

아기의 비밀을 가만가만 펴보니

저항 없이 하나씩 하나씩 열리는 아기의 손

돌돌말린 하얗고 긴 먼지가 살포시 누워있다

하얀 손수건이 조심조심 아기의 비밀을 캐내자

고스란히 따라 나오는

아기의 내력이 기록된 솜털뭉치들

천천히 한 올 한 올 닦아내면

다시 순서대로 접히는 미모사 같은 아기 손가락

작정하고 한 번 으깨보고 싶은 큼지막한 손이 꼬옥 감싸자

깨끗하고 까만 눈이 활짝열린다

그제야 정보가 누출된 것을 알았는지 맑게 웃는다

 

악착같이 감추지 못한 아기가

미처 찾아내지 못한 공범을 밝히려 손을 뻗자

아기에게 잡혀 들통 날까 안달 난 오후가 재빠르게 달아난다

낮잠 속에서 깨어난 아기, 몸을 늘린다

 

2012<동양일보> 신인문학상 당선작


 

 

1968년 서울 출생

2012<동양일보> 신인문학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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