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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뱀 구두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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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5회 작성일 19-05-0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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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뱀 구두

 

   김혜영

 

 

금요일 저녁에 앤디 워홀을 만났어

그는 공방에서 초록 뱀 구두를 디자인했지

그의 금발 머리카락이 솟구쳐 내 동공을 찔렀지

 

초록 뱀 구두를 신고 나선형 계단을 올라갔어

발등에 도마뱀 비늘이 돋아났지

아무 말도 못 하고

비밀의 정원에 숨었지

 

미루나무 그림자 아래 뭔가 휙 지나가는데

바람결에 앤디의 목소리가 들려왔지

 

"아름다움은 복제되는 거야"

 

그의 목소리에 놀란 목련 꽃잎이

툭, 발 앞에 떨어졌어

 

앤디가 내게로 걸어와

목련 꽃잎을 주워 건네주었지

 

머리를 왼쪽으로 갸우뚱 기울이며 말했지

"살짝, 치마를 올리면

발목이 가늘어 보일 거예요"

 

초록 뱀 구두는 삼각형

창문에 담긴 하늘은 사각형

미루나무 잎사귀의 숨소리를 들었을까

 

앤디는 구두코를 어루만지고

초록 뱀은 스르르 미끄러지고

미루나무 잎사귀 창문에서 사라졌어

 

푸르스름한 음악이 번지는 정원

초록 뱀 구두를 신은 유령들이 지나갔지 

 

  —《포지션》2016년 겨울호


 

김혜영.jpg


1966년 경남고성 출생

1997현대시등단

시집으로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 『프로이트를 읽는 오전

산문집 아나키스트의 애인

문학평론집 메두사의 거울』 『분열된 주체와 무의식

6회 부산대 대학원 학술상, 8회 애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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